자금세탁방지(AML)는 현대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자금세탁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금을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하는 복잡한 과정으로, 크게 배치(Placement), 계층화(Layering), 통합(Integration)의 세 단계를 거칩니다. 금융기관은 이러한 불법 자금의 흐름을 차단하고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거래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자금세탁은 단순한 개별 범죄 행위를 넘어, 세금 회피, 인신매매, 불법 도박, 테러 자금 조달 등 광범위한 범죄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금세탁은 전 세계 GDP의 약 2%에서 5%에 달하는 규모로, 이는 국제 경제 및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거대한 범죄 산업임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자금세탁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기 때문에, AML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금융기관의 핵심적인 사회적 책임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다음 표는 자금세탁방지(AML)의 세 가지 주요 단계를 요약하여 보여줍니다. 금융기관은 AML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각 단계별로 탐지 시나리오와 리스크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각 단계에서 불법 자금이 어떻게 합법적인 것처럼 위장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AI 기반 AML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복잡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며 AI 기반 AML 시스템은 특히 Layering 단계의 복잡한 패턴 분석에 효과적입니다.
| 단계 | 설명 | 활용 방법 예시 |
| 자금 배치(Placement) | 불법 자금이 금융 시스템에 처음 유입되는 단계 | 현금 예금, 카지노 칩 구매, 해외 송금, 소액 분산 입금 (Smurfing) |
| 자금 분산(Layering) |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복잡한 금융 거래를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쳐 자금을 이동시키는 과정 | 국내외 계좌 간 자금 이체 반복, 허위 거래/계약을 통한 자금 순환, 가상자산 등 익명성이 높은 수단 활용, 복잡한 회사 구조 (쉘 컴퍼니), 국제 송금, |
| 자금 통합(Integration) | 세탁된 자금이 합법적인 경제 활동에 완전히 편입되는 단계 | 부동산 투자나 해외 투자 유치금, 합법적인 사업체 투자 |
자금세탁방지(AML)의 3단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금융기관이 의존하는 전통적인 AML 시스템은 어쩔수 없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규칙 기반(Rule-based) 시스템은 미리 정의된 패턴과 임계값에 의존하여 의심스러운 거래를 탐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적인 규칙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복잡한 금융 거래, 쉘 컴퍼니, 자금 구조화 등 고도화된 범죄 유형은 기존 규칙을 쉽게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높은 오탐지율(False Positive Rate)입니다. 산업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AML 시스템의 오탐지율은 최대 90%에서 95%에 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과도한 오탐지는 자금세탁방지팀 또는 준법 담당자에게 막대한 수작업 검토 부담을 주고, 이는 단순한 비효율성을 넘어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담당자들은 불필요한 경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경보 피로도(Alert Fatigue)'를 겪게 되고, 이는 실제 고위험 사례에 대한 집중력을 저하시켜 자원 낭비와 잠재적인 위험 노출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AML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환으로 평가됩니다.

최근 몇 년간 금융 산업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범죄의 양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 암호화폐, 탈중앙화 금융(DeFi) 등의 확산은 금융 거래의 속도와 복잡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범죄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의 수법 또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범죄는 2025년까지 연간 10.5조 달러의 글로벌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며, 범죄자들은 AI 기반 피싱, 랜섬웨어 공격, 딥페이크 사기, 합성 신원 도용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기 시도는 3년 만에 2,137% 급증하여 전체 신원 사기 사례의 6.5%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기술 발전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현실은 AML 시스템이 단순히 현재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잠재적 위협까지 예측하고 방어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적응적인 능력을 갖춰야 함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기술적 군비 경쟁'에서 금융기관의 필수적인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공지능(AI)은 자금세탁방지(AML)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AI와 머신러닝(ML) 기술은 대량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상 패턴에서 벗어난 활동을 실시간으로 식별하여 자금세탁 탐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AI는 고위험 관할권 및 해외 활동, 국내 유입 경로 및 패스스루 자금, 쉘 컴퍼니 및 전문 지원 업체, 자금 구조화, 자금 운반 등 다양한 자금세탁 위험 유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이점은 AML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세로도 나타납니다. 글로벌 AML 소프트웨어 시장은 연평균 약 15~1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AI 기술을 AML 소프트웨어에 적용하면서 자금 투자가 이루어진것도 역할을 했을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AI가 AML 분야에서 단순히 "좋은" 기술이 아니라, 금융 범죄의 복잡성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금융기관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필수 요소로 간주됩니다.

AI 기반 AML은 기존의 정적인 규칙 기반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AI는 미리 정의된 규칙에 의존하는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동적으로 탐지 모델을 개선하고 새로운 패턴을 신속하게 학습합니다. 이는 AML의 '게임의 룰'을 바꾸는 방식으로, 단순히 더 빠르게 탐지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탐지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를 변화시킵니다.
전통적인 시스템이 과거의 알려진 규칙 위반을 사후적으로 탐지했다면, AI는 데이터에서 미지의 패턴을 스스로 찾아내고 학습하는 능력을 통해 잠재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대응하는 예측 분석(Proactive Analysis)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범죄자들이 끊임없이 수법을 바꾸는 상황에서, AI의 이러한 지속적인 적응력은 AML 시스템의 미래 대응력을 보장하는 결정적인 강점입니다.
AI 기반 AML 시스템은 금융기관에게 단순한 규제 준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AI를 도입함으로써 금융기관은 법적 제재를 피하고, 고객에게 신뢰성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AI 기반 AML 시스템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장과 안정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임을 의미하며, 금융기관의 평판과 지속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자금세탁은 이제 금융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전자상거래, 게임, 예술품 거래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자금세탁 방지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AI는 이러한 새로운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과 다양한 산업군은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직원 교육을 통해 규정 준수를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글 | 대표이사 민선기